그런데, 90년대 말부터 00년대 초까지 5호선부터 8호선에 해당하는 2기 지하철들이 속속 완공되었어요. 2기 지하철의 목표는 지하철 음영지역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보니, 서울의 많은 지역이 지하철의 수혜를 받게 되었어요. 자연스레 대중교통의 중심이 지하철로 이동하고, 버스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되었죠. 버스 이용객 감소로 인해 일부 버스 회사는 파산했고, 하루아침에 노선이 사라져 시민들이 발이 묶이는 일도 일어났다고 해요.

이러한 위기 속에서 서울시는 2004년 대대적인 대중교통 체계 개편을 단행했어요. 크고 작은 개편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은 지하철과 버스를 하나의 요금체계로 묶는 환승할인제,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그리고 중앙버스전용차로의 확대였습니다. 특히 중앙버스전용차로는 도봉·미아로, 수색·성산로, 강남대로 등 서울의 주요 간선도로에 우선 도입되었고,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 빠르게 확대되었어요. 1999년에 4.5km에 불과했던 중앙차로는 2011년 121.1km로 30배 가까이 늘었고, 2024년 현재는 주요 간선도로 13곳에 총 127km가 설치되어 있다고 해요. 개편 초기에는 중앙차로 도입으로 인해 도로 배치가 달라지고 운행 방식이 바뀌면서 시민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고, 수 많은 버스들이 중앙차로에 몰려 마치 기차같은 모습을 하게 되어 버스철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어요. 하지만 점차 제도가 개선되면서 정시성과 환승 편리성이 크게 높아졌어요. 덕분에 중앙버스전용차로는 '도로 위의 지하철'로 불리며 서울 대중교통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장점

버스중앙차로 도입의 가장 큰 장점은 버스 정시성과 속도의 개선이었어요. 중앙차로가 생기면서 버스는 더 이상 일반 차량의 정체에 발목 잡히지 않게 되어, 덕분에 평균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죠. 예를 들어, 도봉·미아로 구간에서는 11km/h에 머물렀던 속도가 20km/h로 거의 두 배 가까운 개선이 있었습니다. 버스 차량 간 운행시간 편차가 1~2분 수준으로 줄어들어서, 정시성 역시 크게 개선되었죠. 버스가 빠르고 정확해지니,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죠. 버스 이용객 수를 살펴보면 2004년 하루 약 478만 명에서 2011년 580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해요. 이용객이 이렇게 증가했다는 건, 환승할인과 함께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했다는 증거겠죠?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도로 공간 활용의 효율성입니다. 일반 차로는 시간당 2,000~3,000명 정도를 수송할 수 있는데요, 중앙버스전용차로는 같은 시간에 최대 10,000명까지 수송이 가능했다고 해요. 중앙버스전용차로의 효율성은 지하철을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비교해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지하철은 1km 건설에 약 1천억 원이 들어가는 반면, 중앙버스전용차로는 1km당 약 10억 원이면 충분했거든요. 물론 수송 용량 면에서는 지하철이 시간당 최대 60,000명으로 압도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중앙버스전용차로는 기존 도로를 활용하면서도 일반 차로보다 3배 이상의 수송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적은 비용으로도 도시의 교통 효율을 크게 높인 혁신적인 시도였다고 할 수 있어요.

중앙버스전용차로의 단점

중앙버스전용차로는 비교적 저렴하고 효과적이지만, 몇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첫 번째는 정류장의 위치예요. 중앙차로 정류장은 도로 한가운데에 있다 보니, 승객들이 양옆에서 달리는 차량들의 배기가스에 노출되기 쉽다고 해요. 2006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된 양재역 부근의 미세먼지 농도는 주변의 일반 도로보다 53% 높게 나타났다고 해요. 또, 정류장이 좁아서 출퇴근 시간대에는 승객들이 빽빽하게 몰리면서 안전 문제도 자주 발생했어요. 강남대로처럼 폭이 3m 남짓한 정류장에서는 우산을 펼 공간조차 없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하니,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어요.

또, 중앙차로가 항상 혼잡한 간선도로에 자리잡은 것도 어쩌면 문제일수도 있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 수요는 출퇴근 시간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첨두시간이 아닐 때에도 전용 차로에선 일반 차량이 지나다닐 수 없으니, 어쩌면 차선 하나를 낭비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죠. 물론 더 높은 단계의 버스전용차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전용 차로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낭비라고 생각을 할 수도, 아니라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 버스의 미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많은 대화와 합의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죠.

서울 버스의 미래는?

버스 전용 차로 시스템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요. 첫 단계는 서울이 1986년에 처음 도입했던 것처럼 도로 가장자리에 버스 전용차로를 두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현재 서울이 운영 중인 중앙버스전용차로처럼 도로 중앙에 전용 차로를 배치하고 전용 정류장을 설치하는 것이죠. 마지막 단계는 완전한 BRT(Bus Rapid Transit) 시스템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도시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Hà Nội)예요. 한자로는 강 하(河)와 안 내(內)를 쓰는데요, 이름처럼 홍강 삼각주에 자리잡은 도시에요.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베트남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하노이는 도시 곳곳에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선사합니다.

하노이의 북서쪽에 위치한 서호(Hồ Tây)는 석촌호수의 약 23배 크기로, 도시를 가로지르는 홍강과 함께 하노이의 자연환경 랜드마크에요. 호수 주변에서 시민들이 휴식과 여가를 즐기기도 하고, 도시를 더욱 쾌적하게 만듭니다. 특히, 서호 외에도 도시 곳곳에 흩어진 수많은 작은 호수들은 하노이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죠.

하노이는 과거부터 전통적인 마을들이 모여서 형성된 도시에요. 각각의 마을은 걸어서 10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한 크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마을들이 연결되어 연속적인 도시권을 형성하고 있죠. 많은 마을 입구에는 꽁랑(cổng làng)이라 불리는 전통적인 마을 문이 자리하며, 이는 마을의 경계를 나타내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에요. 과거에 이러한 마을들은 도자기, 수공업과 같은 특정 산업에 종사하며 자급자족의 생활 방식을 유지했어요.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각 마을의 독립적인 자족 기능은 약화되었고, 더 이상 마을 단위로 자족하기 어려워졌죠. 이로 인해 대규모 통근 이동이 발생하며, 도시의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 문제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어요.

하노이에서 오토바이는 도시민들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에요. 2021년에 첫 전철 노선이 개통되었지만, 850만이 넘는 하노이 인구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죠. 하노이는 오래된 도시인 만큼 도로가 작고 보행자가 다니기에 좋은 크기로 만들어졌지만, 워낙 날씨가 덥고 오토바이가 편리하다보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요. 자동차에 붙는 세금이 차값의 100%에 육박하기도 하고, 대중교통이 워낙 없다보니 선택지가 오토바이만 남는 셈이죠. 그런데 오토바이는 자동차보다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장치를 넣기 어려워, 자동차보다 공기를 더 많이 나쁘게 하죠. 그래서 하노이의 대기질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보다 4배 가까이 나쁘다고 해요.

하노이는 천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도시이자, 급속한 현대화 속에서도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도시에요. 수려한 자연, 근대와 현대 모든 요소가 하노이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죠. 천천히 이 도시를 걸으며, 하노이의 숨은 매력을 하나씩 발견해 보는건 어떨까요?

손정목 교수는 1928년 경주에서 태어나 대구대학(현 영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 후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등을 지내며 현대 서울 도시계획의 최고 주역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어요. 그는 원래 공직자로서 도시계획 전문가가 되기 전 중앙공무원 교수 자리를 역임하게 되었는데, 그때 “농업 중심 사회였던 우리나라가 도시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동료의 한 마디를 듣고 1964년부터 각종 도시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2년 후인 1966년부터는 도시문제라는 잡지의 편집위원으로 그의 도시 철학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죠. 여담으로, 그는 이 잡지 편집위원으로 무려 23년 간, 매월 평균 2편 이상 글을 기고해왔다고 해요.

1970년 그가 서울시 기획관리관으로 임용되고부터는 그때까지 쌓아왔던 그의 도시관은 서울의 여러가지 도시계획 사업들로 스며들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강남 개발이에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당시의 강남 개발은 영동구획정리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시작됐는데, 급격하게 늘어나는 서울의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직전 시계 확장으로 서울이 된 영등포 동쪽 지역을 도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죠.

그는 도시가 시민의 공간이자, 지속 가능한 잠재력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강남 개발에서도 그는 그러한 철학을 녹여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한 계획에 집중했습니다. 지금은 양극화와 계층 분리를 위시로 비판 섞인 목소리가 많은 강남이지만, 그의 체계적인 도로망 확충과 대규모 택지 개발, 그리고 교육 인프라 이전은 당시 8%의 도로율, 2시간 이상의 출퇴근 시간, 판자촌 슬럼가의 확장과 무분별한 스프롤(Sprawl) 발생이라는 문제적 도시의 서울을 더욱 현대적으로 탈바꿈 시켰어요. 이때 함께 진행된 잠실 개발, 2호선 순환선 계획 등도 그의 손을 타고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됐죠.

이후 그는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과 도시 연구에 기여합니다. 1996년에는 건강 문제를 계기로 이때까지 서울의 도시계획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 시작했어요. 도시학 분야 베스트 셀러 중 하나인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가 바로 그의 저서랍니다. 이 책처럼 그는 서울 도시사 기록이라는 한국 도시 연구의 큰 업적을 세웠고, 그에 의해 기록된 청년기의 서울은 중년에 접어든 지금 서울의 도시계획이 어떠해야 할지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주고 있어요.

도시를 단순히 건물과 도로의 집합이 아닌, 시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바라봤던 한국의 도시학자 손정목 교수의 철학은 지금과 앞으로의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그의 철학과 일대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팟캐스트를 참고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도 더욱 재미있고 유익한 주제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