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철도 지하화 계획, 무엇을 담고 있을까

서울시는 도심을 관통하는 지상 철도 71.6km 중 67.6km 구간을 지하화하기로 결정했어요. 1호선과 2, 4호선 지상구간, 그리고 경춘, 중앙선등 총 6개 노선의 39개 역인데요. 지하 약 40~60m 아래에 새로운 철로를 건설한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철도를 지하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도시 공간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선로 부지 122만㎡와 역사 부지 171만 5,000㎡를 활용하여 도시의 모습을 새롭게 바꿔보자는 거죠.

왜 지하화가 필요한가요?

철도가 지하화되면 어떻게 변할까?

우선,철도 지하화로 생기는 공간은 크게 선로가 있던 자리와 지상에 있던 역사(驛舍) 부지로 나뉘어요. 선로 부지 122만㎡는 대규모 녹지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입니다. 마포구의 경의선숲길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우실 거예요. 도심 속에 새로운 녹지가 생기면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늘어나고, 환경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겠죠. 산책로, 자전거 도로, 어린이 놀이터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철도로 단절되었던 지역들이 연결되어 도시의 흐름이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로써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주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될 수 있겠죠. 물론,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지대의 상승을 유발해요. 당연히, 주민 중 일부는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되겠죠.

서울역, 영등포역, 신촌역 등 기존의 지상 역사는 지하로 옮겨지고, 그 부지 171만 5,000㎡에는 상업과 문화 시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 쇼핑몰, 공연장, 미술관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수 있겠죠.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새로운 건축물들이 들어서면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겠죠. 또한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지 시설이나 공공 시설을 함께 조성하여 주민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지하화 계획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텐데, 서울시에서는 용도지역 상향 등의 방법을 동원해 개발 이익을 지하화 사업의 재원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해요.

경의선숲길이 보여준 가능성

2016년에 조성된 경의선숲길 공원은 이번 지하화 계획의 체험판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이 경의선숲길 사업은 철도 지하화와 이로 인해 생긴 새로운 땅을 활용한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하루 평균 2만 5천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 있는 이곳은 단순한 공원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주변에 카페, 레스토랑, 예술 공간 등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떠올랐죠.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있었고, 주변 온도가 8~10도 낮게 측정되어 열섬 현상 완화에도 기여했어요. 하지만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듯이, 어쩔 수 없는 비용인 셈이죠.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과제들

하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프로젝트인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습니다. 지하 깊숙이 복잡한 철도망을 건설하는 기술적인 문제, 막대한 사업비를 효율적으로 조달하고 관리하는 재정적인 문제 등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역사 부지를 개발하여 얻는 수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계획이지만,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 등을 고려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철도 지하화에 통상 1km당 2천억이 필요하고, 이번 계획으로 67.6km를 지하화하기로 결정했으니, 지하화 자체에만 약 15조원 가량이 필요한 셈이죠. 만약 예상한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사업이 중단되거나 시민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겠죠. 공사가 늦어질수록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갈텐데, GTX나 신안산선 등 최근 몇 년 간 철도 건설을 제 때에 마무리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되기는 합니다. 또한 개발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겪게 될 변화를 고려할 필요도 있겠죠. 공사로 인한 소음이나 교통 혼잡 등을 최소화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 역시 필요해요.

서울의 미래를 그리며

이번 철도 지하화 계획은 단순한 인프라 개선이 아니라, 서울의 도시 구조와 생활 방식을 혁신할 수 있는 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도심 속에 녹지가 늘어나고, 단절되었던 지역들이 연결되며, 새로운 문화와 경제 활동이 활발해진다면 서울이 더 연결되고, 더 활기차고, 더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요.

오늘 소개해드릴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 볼리비아의 라파스입니다. 라파스는 해발 3,650m의 고도에 자리 자리잡았는데요, 안데스 산맥이 포근히 감싸 안은 듯한 이곳에서는 도시 어디를 걸어도 눈부신 설산과 깊은 계곡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져요.

하늘을 누비는 도시의 발, 미 텔레페리코(Mi Teleférico)는 라파스의 상징적인 교통수단입니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이 케이블카 시스템은 현재 10개의 노선과 36개의 정거장을 통해 도시 전역을 연결하고 있죠. 험준한 지형과 큰 고도 차로 지하철 건설이 어려웠던 라파스는 하늘길을 택했고, 이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요금도 단돈 3볼리비아노(약 600원)이어서 시민들의 부담도 적죠.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12초마다 케이블카가 도착하니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차로 1시간 넘게 걸리던 거리를 15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된 것은 시민들의 삶을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미 텔레페리코는 교통수단을 넘어 라파스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전경은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각 정거장 주변에 들어선 공원과 상업시설은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도심의 마녀 시장(Mercado de las Brujas)은 라파스의 숨은 보물 같은 곳입니다. 전통 약초부터 부적까지, 안데스의 오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는 현지인들이 여전히 라마 태아나 건조 허브를 구입하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열리는 그란 포데르(Gran Poder) 축제에서는 음악과 춤, 화려한 의상으로 라파스의 문화유산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죠.

방문할 때는 고산병 주의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 라파스입니다. 구름을 손에 잡을 듯한 이곳에서 자연과 도시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의 모습을 미리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서울 한복판에 도시와 건축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입니다. 이 전시관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개관한 곳으로, 단순한 전시관을 넘어 서울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장소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전시관의 용도가 지역특산물 판매시설로 전환되거나 복합 지원시설로 변경될 가능성이 논의되었는데요, 서울도시건축관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면서 더 자세히 얘기해볼게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전시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이 자리는 고종의 후궁 순헌귀비 엄씨의 사당인 덕안궁이 있던 곳으로, 이후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와 국세청 남대문 별관으로 사용되며 근현대사를 품어온 장소이기도 해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전시관은 덕수궁 돌담길과 이어지는 독창적인 지붕 디자인, 성공회 성당과 연결된 옥상 광장, 그리고 지상과 지하를 자연스럽게 잇는 내부 공간으로 설계되었어요. 그래서 서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로 평가받기도 하죠. 개관 이후에는 60여 건의 기획 전시를 통해 도시문화와 건축적 비전을 시민들에게 전달해왔어요.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와 건축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높이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죠.

최근 서울시는 “접근성이 뛰어난 이 공간을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대응하거나 공익 목적의 전시 및 교류 행사를 통해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이곳에 지역 특산물 전시장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어요. 광화문에 위치해 있으니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고,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니 더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하고 싶은 것이죠. 이를 두고 새건축사협의회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서울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이를 지역특산물 판매시설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공공건축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강하게 비판했어요. 서울시의 입장도, 새건축사협의회의 입장도 모두 타당한 부분이 있는 셈이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미래는 단순히 한 공간의 활용 방향에 대한 문제를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든,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장소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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