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마을버스 한 번이면 닿는 창신동 꼭대기의 낙산공원은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전망을 자랑해요. 이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창신동은 예로부터 그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모여 살던 특별한 동네였답니다.

고려시대부터 창신동은 낙산 자락의 조용한 마을로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장소였어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고요한 마을의 모습도 변화를 맞이했죠. 조선 후기 계속된 흉년으로 많은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한양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하지만 도성 안에 자리를 잡기에는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부담스러웠기에, 많은 이들이 자연스레 도성 밖 창신동에 터를 잡게 되었어요.

창신동은 특히 동대문과 가까워서 도성과 지방을 잇는 중요한 길목 역할을 했답니다. 동대문을 통해 함경도와 강원도로 이어지는 교통로가 있었고, 농산물과 물자가 오가는 상업의 중심지로도 발전했어요. 사람들이 계속 정착하면서 한양도성 주변과 낙산 비탈까지 아기자기한 집들이 들어섰고, 창신동은 서민들의 생활과 상업이 어우러진 활기찬 마을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창신동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낙산의 멋진 전망을 즐기려는 새로운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공간들이 하나둘 문을 열고 있죠. 낙산공원에서 조금 내려오면 창신동의 색다르고 재미있는 가게들이 눈에 띕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 있는 도넛 가게나, 홍콩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식당 등 기존 창신동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장소들이 하나둘 자리 잡고 있죠. 고즈넉하면서도 도심의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 감각적인 공간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뷰 맛집 두 곳을 씨티즌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어요.

📍테르트르 카페

테르트르 카페에서는 창신동의 전경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어요.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도시 구조가 눈에 띕니다. 일제강점기에 도시형 한옥으로 개발되었던 구역은 현재 비교적 큰 규모의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반면, 당시 도시 빈민들이 정착했던 지역에는 여전히 작은 면적의 건물들이 밀집해 있어요. 9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1930년대 체계적인 부동산 개발이 이뤄진 구역과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주거지의 차이는 여전히 뚜렷합니다. 이러한 도시 구조의 차이는 오늘날 도시재생 사업의 방향과 가능성도 다르게 만들었죠. 이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려드리기 위해,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로 불리는 정세권 선생의 도시형 한옥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도시형 한옥

창신동 곳곳에는 여전히 ㄷ자 모양을 한 한옥 집들이 남아 있어요. 이런 한옥들은 대부분 정세권에 의해 지어진 도시형 한옥으로, 단순한 주택을 넘어 조선인들의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자 했던 그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동안 경성은 일본인들에 의해 점차 장악되어 갔지만, 정세권은 창신동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조선인들이 머물 수 있는 한옥을 대량 공급하며 도시 내 조선인의 자리를 지켜내고자 했습니다.

정세권의 도시형 한옥은 전통 한옥을 근대적으로 개량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전기와 수도 같은 최신 설비를 갖춘 실용적인 주거 형태였습니다. 이 한옥들은 일본인들이 경성의 주요 지역을 차지하던 시기에, 조선인들이 도심 속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19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대다수의 도시한옥들이 빌라로 재건축이 되면서,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카페 낙타

카페 낙타는 창신동과 숭인동의 주민들이, 마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들 중 하나로 만든 곳이에요. 이름이 낙타인 이유는 창신동이 자리한 낙산의 생김새가 낙타의 등에 비유된 설화에서 유래했기 때문이입니다. 이곳에서는 채석장으로 사용되었던 숭인동의 모습과, 서울 동쪽을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에요.

📍돌산마을 조망점

사실 채석장은 숭인동에만 있는게 아니라 창신동에도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일제강점기 당시 창신동은 경성을 근대 도시로 바꾸려는 일제의 계획 속에서 중요한 자원 공급지로 변모했습니다. 조선총독부, 경성역, 한국은행 등 경성을 대표하는 석조 건물들이 모두 창신동의 화강암으로 세워졌을 정도로, 창신동의 돌산은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깎여 나갔습니다. 1924년부터는 창신동 일대가 경성부 직영 채석장으로 지정되면서 매일같이 발파 작업이 이루어졌고, 돌산은 점점 그 모습을 잃어갔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외곽 마을은 식민지 경성을 물리적으로 지탱하는 기반으로 쓰이며, 더 이상 단순한 외곽 마을이 아닌 경성 근대화의 상징적 자원지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돌산마을 조망점에 서면, 이 과거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한때 채석장으로 쓰인 창신동의 지형은 시간이 지나며 변모했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 시대의 아픔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은 평화롭고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조망점이지만, 과거 발파 작업이 매일같이 이어지던 당시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창신동의 풍경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도시재생의 꿈과 씁쓸한 현실

2014년, 창신동은 당시 박원순 시장의 첫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되며 마을의 역사와 공동체를 되살리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도시재생이 활발했던 2014-2017년 동안 창신동에는 50개가 넘는 주민 조직이 생겨났습니다. 봉제역사관과 마을 방송국이 운영되고, 다양한 마을 행사가 열리며 지역 사회가 활기를 띠었죠. 주민들이 도시재생협동조합을 만들고 일자리 지원센터를 운영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창신동 라디오방송국 덤은 한때 마을 미디어의 성공 사례로 유명했었죠.

하지만 도시재생 지원이 종료된 후,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2020년 서울대 연구팀에 따르면, 50개가 넘던 주민 조직은 17개로 줄어들었고, 공동체 네트워크도 흐트러졌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활동해도 창신동이 가진 구조적 한계는 쉽게 극복되지 않았습니다. 걷기 힘든 가파른 언덕, 비상차량도 접근할 수 없는 좁은 골목, 90%가 넘는 노후 건축물은 주민들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었죠. 결국 창신동은 2023년, 도시재생 대신 재개발을 선택했습니다. 최고 28층, 2,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300년 넘게 이어져 온 이 동네의 역사적 풍경은 완전히 바뀌게 될 예정입니다.

조선 시대 도시 빈민의 움막에서 시작해, 정세권의 도시형 한옥, 식민시대의 상처를 넘어온 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좁은 골목길들은 이제 사라질 예정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창신동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7년 전 11월 15일을 기억하시나요? 수능을 목전에 앞두고 포항에서 ‘쾅’하고 지진이 일어났던 날입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모 5.4의 큰 지진이었죠. 그때 저희 크리에이터들도 선배들의 수능을 응원하러 각종 행사도 준비하고 괜히 떨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번 주 이주의 도시에서는 포항의 도시 회복 이야기와 오늘날 달라진 포항의 모습을 짧게 소개해볼까 해요.

몇 번의 강진과 여진이 지나간 후, 포항에는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도시의 물리적 인프라와 시민 사회에 큰 생체기가 나버렸습니다. 특히 진앙지였던 흥해읍 지역 한미장관맨션, 대성아파트 등 일부 공동주택들은 곧 쓰러질 만큼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였고, 인근 주민들은 임시구호소로 향해야 했어요. 뿐만 아니라, 지진 발생 이후 수 개월 아니 수 년 동안 포항시민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포항공대 지진조사연구단에 따르면, 포항시민 중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있었다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응답자가 무려 80%, 또 다른 지진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는 시민은 85.8%에 달했어요. 물리적 피해만큼 정신적 충격도 컸던 것이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어제(12일)자로 흥해읍에 새로 들어서는 국민임대주택에 당시 지진피해 주민 중 일부가 우선 입주할 수 있게 한다고 발표했어요. 앞서 언급했던 지진 직후부터 2021년까지 무려 4년 간 임시구호소에 있어야 했던 흥해 공동주택 주민들을 포함, 지진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정부로부 보다 실효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죠. 이외에도 포항은 지진 발생 직후부터 도시 경쟁력 유지 및 물리적 인프라 회복을 위해 지진피해지역 특별재생지역 지정(흥해읍 일원), 다목적 재난구호소 설립, 필로티 건축물 설계 및 감리 기준 강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제는 적어도 도시 외관에 있어 많이 회복된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어요.

한편, 정신적 피해에 관해서도 2019년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하여 시민 사회의 치유를 꾀하고 있어요. 실제로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는 마음치유농장 등 다양한 정신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들이 지진피해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지역에 대한 애정을 다시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해요. 이러한 물리적 회복 차원을 넘어선 정신적 • 사회적 회복은 도시의 회복탄력성(Resiliance)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답니다. 물론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혹시나 후에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때 도시가 다시 제기능을 찾을 수 있도록 이처럼 회복탄력성을 확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어요.

오늘 이 주의 도시 포항과 함께 도시의 회복에 관해 짧게 설명드렸는데요! 씨티즌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곳엔 어떤 도시 회복과 관련된 요소가 있고, 여러분과 여러분의 도시에 어떤 재난 예방 및 극복의 요소가 필요할지 한 번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청계천을 거닐다 보면,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빌딩들 사이로 눈에 띄는 건축물이 있습니다. 바로 삼일빌딩입니다. 1970년 완공된 이 건물은 지상 31층, 높이 110미터로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며, 우리나라 고층 건축의 출발점이자 근대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삼일빌딩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커튼월 건축물입니다. 철과 유리를 주 재료로 사용하여, 콘크리트나 석재로는 구현할 수 없는 투명성과 개방감을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뉴욕의 미스 반 데 로에가 설계한 씨그램 빌딩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엄격한 비례와 미니멀한 형태가 특징입니다.

'삼일빌딩'이라는 이름과 31층의 높이는 3.1절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일제강점기를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의지를 상징해요 삼일빌딩은 완공 이후 서울을 찾는 이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었으며, 당시 박정희 대통령도 스카이라운지에서 현대화되는 서울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시간이 흐르며 건물의 노후화와 현대적 기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따라 2019년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외관은 기존의 디자인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고, 내부 공간은 최신식 오피스의 요구에 맞게 재구성되었다고 하네요. 리모델링 과정에서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존중하며 원형을 보존하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기존 커튼월의 구조와 디자인을 면밀히 기록하였고, 그 과정에서 나온 커튼월 프레임은 안양 김중업건축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삼일빌딩은 단순한 고층 건물이 아니라, 근대화의 상징이자 건축가 김중업의 철학과 열정이 담긴 작품입니다. 청계천을 걷다가 삼일빌딩을 만나게 된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춰보세요. 건물이 지닌 역사와 이야기를 떠올리며, 우리나라 근대 건축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삼일빌딩을 리모델링 하면서 남긴 영상 기록을 덧붙여보니, 삼일빌딩에 대해서 더 알고싶은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11월 도심 산책 <🔍골목길로> 소셜링 안내

11월 16일 (토) / 홍은동∙홍제동 버스타고 한바퀴

11월 17일 (일) / 대림동 : 서울 속 작은 중국, 도시공간과 이민자 문화

11월 24일 (일) / 망원동 : 서울 집값 아이러니

*소셜링은 문토 MUNTO 앱에서 신청 가능합니다. 정원 마감 여부는 앱 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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