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대나무 비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국내외 언론 보도 및 여론을 비판합니다. 주간도시 | 週刊都市
특별호
홍콩 대화재, 대나무 비계가 '진짜' 원인인가🎍
(홍콩은 죄가 없다 : 도시 문화를 향한 공격 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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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대화재, 대나무 비계가 '진짜' 원인인가🎍
지난 주,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고가 홍콩에서 일어났습니다. 씨티즌 여러분께서는 익히 아시겠지만, 저희 크리에이터 팀은 나름 지홍파로서 레터에도 홍콩 사례를 종종 실어왔는데요. 이번 주는 기존에 진행 중이던 한강버스 특집을 잠깐 쉬어 가고, 애도와 추모의 마음을 담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홍콩의 대나무 비계 문화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특별호로 대나무 비계 문화에 대한 억측을 조금이나마 바로 잡고, 언제 어디서든 이번과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한강버스 2편을 기다려주신 씨티즌 분들께는 다소 간에 양해를 구합니다. 다음 주는 본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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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푹 코트 화재의 현황과 개요
지난 11월 26일 목요일 오후, 홍콩 신계 타이포(大浦, Tai Po) 지역의 왕푹 코트(宏福苑, Wang Fuk Court) 아파트 단지에서 화재가 시작됐습니다. 그날 홍콩은 다른 날 대비 유독 건조한 바람이 부는 날씨였다고 하는데요(당시 화재위험경보 최고 등급 발령). 이 때문에 건물 외벽의 불은 삽시간에 단지 내 7개 동으로 번졌고, 진화에 만 이틀이 걸릴 정도로 큰 화염 속에 수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했습니다.
원고를 마감하는 현재, 사망자는 159명, 실종자와 부상자는 각각 31명, 최소 79명이라는 근 70년 간 유례 없는 홍콩 최악의 인명피해 사고로 기록되고 있어요. 저희 팀은 홍콩의 여러 지인들로부터 소식을 전해 듣고 있는데요.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지인들과 부모나 자식, 그리고 집을 잃은 분들의 소식까지도 계속해서 들리고 있는 와중입니다. 이렇게, 실종자가 31명이나 남아 있는 지금, 사고는 진화 여부와 무관하게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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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나흘 후 소방관들이 스러진 비계 사이로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 ©HK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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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일어난 왕푹 코트는 (피해 단지를 기준으로) 1978년 준공, 1983년 완공된 오래된 공공주택입니다. 우리나라의 '주공아파트'와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는데요. 홍콩은 오래 전부터 주택난 해결을 위해 저소득층 및 홍콩 원주민이 많이 살고 있는 구룡반도 북쪽 ~ 신계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해왔습니다. 이번 사고의 왕푹 코트도 이러한 공공주택 보급의 초창기 모델로서 신계 타이포 지역에 대량으로 공급된 아파트 중 하나입니다.
홍콩의 공공주택은 우리나라의 청년·신혼부부주택과 달리 주로 고령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공급이 되는 시스템인데요. 최근 들어서는 건축 비용 부담을 줄이고 고령층의 터전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완전한 재개발을 추진하기 보다는 주로 당시의 주택들을 개보수함으로써 주택난에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왕푹 코트도 수 달 전부터 유지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고, 화염은 해당 공사 자재 등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 지금과 같은 유례 없는 참사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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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발생 원인에 대한 논쟁과 무책임한 언론 보도
이상 배경으로 다수 희생자가 고령층에서 발생한 것은 물론, 나아가 최근 공공주택의 보수 공사가 한창인 홍콩의 도시행정 및 건축 문화 자체가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화재 직후 여러 언론들은 발화의 원인, 그리고 화마가 순식간에 번진 원인 등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는데요. 먼저, 1️⃣발화의 원인으로는 아직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공통적으로 담뱃불로 인한 발화인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각종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공사 인부들 다수는 건설 현장, 즉 공중에서 까지도 담배를 태웠고, 주택 창틀에 꽁초가 버려지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조사가 더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공사업체의 관리감독 부실이 참사 규모를 키운 원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지금입니다.
한편 2️⃣화마가 이다지도 빠르게 번진 원인에 대해서, 화재 직후부터 일부 외신과 한국 언론들은 공사 골조로 대나무 비계를 사용하는 홍콩의 건축 문화를 지적했습니다. 화재 당시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화염은 대나무 비계와 같은 고층 방향으로 번지고 있었고, 비계 일부분이 쓰러지고 있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중국 등의 언론 및 여론은 대나무 비계가 화염 확산의 통로가 되었고, 철제가 아닌 불에 타는 재료로서 대나무가 화재 규모를 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오늘 특별호의 진짜 주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화재가 발생한 홍콩 내 언론과 여론은 사고 원인으로 위와 같은 대나무 비계를 통한 화재 확산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은 중국 등 외신 보도를 그저 받아 쓰기만 함으로써 한국 내 대나무 비계와 홍콩 건축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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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상징인 대나무 비계로 기존 건물을 유지보수하는 모습. ©인포매틱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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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비계, 왜 쓰는가?
아무래도 씨티즌 여러분 중에서도 "대나무를 건축 골조로 쓰다니" 하고 아연실색하셨던 분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먼저, 홍콩에서 대나무를 왜 쓰는지 소개하고, 그것이 왜 화재의 주된 원인이 아니었는지 설명드리려고 해요.
대나무를 비계로 쓰는 것은 무려 천 년도 더 된 홍콩과 중국 남부 지역의 오랜 문화인데요😌 요즘은 대부분 건축 골조로 철제 비계를 사용하는데, 홍콩을 비롯한 해당 지역은 덥고 습한 기후에 더해 바닷바람을 일년 내내 맞는 곳으로서 대나무가 훨씬 더 효과적인 건축 자재로서 기능한다는 지역적인 특징이 있어요.
실제로, 대나무 비계는 ❶ 바닷바람에 의해 녹이 슬고 강도가 약해지는 철제 비계보다 안전한 공사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❷ 홍콩과 같은 세계를 선도하는 빠르고 트렌디한 도시에서 철제 비계보다 최대 약 6배 빠른 설치, 12배 빠른 해체가 가능한 특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❸ 가벼우면서도 높은 장력과 탄력성으로 잦은 태풍 등 다양한 기상 환경 변화나 기타 변수들로부터 안정된 공사가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까지 있답니다.
이렇게, 세계 최고의 도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홍콩에서 꼭 철제가 아닌 대나무 비계를 사용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죠. 이외에도, 화재와 관련하여 홍콩은 대나무 비계에 대하여 방염 처리를 거쳤는지에 대한 품질 인증서를 발급하고, 해당 비계만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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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이후에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대나무 비계들.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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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비계에 대한 정치적 공격과 받아쓰기에 능통한 언론들🤑
이렇게, 홍콩에서는 단순히 단가 차원의 이유 외에도 대나무 비계를 활용할 만한 이유가 무궁무진한데요. 이번 화재와 관련해서는 앞선 내용에도 불구하고 대나무 비계 전체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화재 시 대나무 비계의 역할과 언론 보도에 관해 복기해볼 필요가 있어요.
이번 화재에서, 첨부된 링크(TVB)의 생존자 인터뷰 등에 따르면, 실제로 대나무 비계는 화염을 옮기는 역할보다는 외려 소방관들의 구조 작업 진입에 도움이 됐다고 해요. 또, 강한 불이 계속 위로 올라가고 있음에도 대나무 비계는 마냥 재로 변하지 않았고, 되레 비계가 아닌 안전 그물로 사용된 초록색 망과 공사업체에서 강제한 창문의 스티로폼에 의해 불이 커졌다고 여럿이 진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이외에도, 요 며칠 프랑스24 등 외신들 역시 홍콩의 대나무 비계가 저연성 소재로서 불을 키운 원인이 아니며, 중국제 재료 및 본토 인력, 행정 미비에 따른 화재 대응이 문제였음을 천명하는 보도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답니다. 그리고 바로 위의 사진에서처럼, 진화 작업이 완료된 이후 대나무 비계 대부분이 형태와 재질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번의 참사는 홍콩의 건축 문화로서 대나무 비계가 문제가 아니라, 기초적으로 공사업체의 부실 관리와 각종 행정 미비로 인한 것이 자명하다고 할 수 있어요.
홍콩 언론들의 보도와 현지 전문가(MBC 보도)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대나무 비계가 아니라 앞서 언급된 초록색 안전망과 스티로폼, 더해 관계자의 편리한 출입을 위해 꺼놓은 비상경보 장치, 70년대 준공의 오래된 건물로서 스프링클러의 설치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홍콩 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는 87년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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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대나무 비계가 화재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K방송사와 M신문. ©Google 검색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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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게도, 홍콩 정부와 중국, 일부 한국 언론는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있어요. ...어쩌면 '중국의 눈치를 보는 걸까' 싶을 만큼이요... 십수 년 전부터 중공은 홍콩만의 문화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해왔는데, 특히 그중에서도 홍콩을 '딱' 떠오르게 하는 대나무 비계를 계속해서 문제 삼아 왔답니다. 지금의 이런 보도 현황은 이러한 중국의 정치적 입장과 그에 따른 압박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고 의심할 여지가 커요.
본토 여론에서는 홍콩의 대나무 비계 문화를 보고, "90년대 중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후진 문화", "본토 시골에서도 철제 비계를 쓰는데, 돈이 없나봐"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홍콩의 경제나 기타 제반 역량들을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공격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여론 형성과 정치적 입장에 힘입어, 중국 언론들은 대나무 비계를 공격 대상으로 삼아 보도를 이어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중국과 홍콩의 구분 없이 보도자료를 무분별하게 인용함으로써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가 되어 가고 있어요. 언론의 논조가 얼마나 한 도시의 문화를 억압할 수 있는지 전혀 민감하지 않은 풍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또, 이와 관련하여 대나무 비계 문화를 지키고 또 해명해야 할 홍콩 정부는 친중 인사들을 주축으로 생존자 등 홍콩 시민들의 조사 요구를 무시하고, 국가보안법에 근거하여 조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들을 체포·조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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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와 관련하여 독립된 조사단을 꾸려야 한다고 서명 운동을 한 홍콩대 학생 마일스 콴(Miles Kwan)이 반란죄로 체포되어 이송되는 모습. ©BBC News Chi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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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카 치우(李家超, John Lee Ka-chiu) 홍콩 행정장관이 이번 화재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학생 등을 반란죄로 체포 및 조사한 이후 그러한 방식의 악용을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발언하는 모습. ©HK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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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아니 홍콩은 죄가 없다🤐
갈무리하면, 문단 제목처럼 대나무, 아니 홍콩은 죄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현지 언론과 여런에 따라 이번 사고는 분명 인재(人災)로서 홍콩이란 도시의 문화나 그 수준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대나무 비계는 홍콩의 전통 문화로서 존재 가치가 충분하지만, 사고를 계기로 홍콩의 전통 문화를 없애버려야만 하는 정치적 구도와 나태한 언론은 홍콩이란 도시의 문화 하나를 그저 사라지게 하는, 그리고 사라져 버리도록 방관하는 상황에 이른 것 같습니다.
한편, 관련하여 우리 역시 최근 십수 년 간 있어서는 안 될 사고들이 있었죠. 이태원 압사 사고 등 여러 참사가 기억이 나는데, 역시 그때마다 언론과 여론은 특정 도시의 문화 자체가 문제인 양 입을 막아왔습니다. 언급한 가장 최근의 이태원 사고만 보더라도, 해당 지역의 할로윈 문화, 그리고 이를 좇아 방문한 희생자들에 대한 비난이 거셌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이 아니었어요.
이번 홍콩 사례에서 그곳의 전통 문화인 대나무 비계의 사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언제나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되는 부주의한 행정 조치를 시정하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할 테고, 도시 문화를 위협하는 억측과 비난을 방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상 급하게, 또 깊은 슬픔을 안고서 두서 없는 원고를 썼는데요. 이에 부족한 정보와 설명으로 생각되는 바, 아래 첨부한 영상과 HKFP 등 영어 자막이 있는 현지 보도 영상을 참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쪼록, 희생된 분들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또 실종자와 부상자 분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하면서 오늘 특별호를 마치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lease Pray For Hong Ko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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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전하는 글
글을 쓰는 내내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보고 있을 홍콩 현지 지인들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본 편이 조그만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른 독자분들도 홍콩에 조금 더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주는 본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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