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간의 아이디어를 이끈 사진들과 그 이야기, 그리고 이러한 도시 공간의 보전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주간도시 | 週刊都市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아날로그 페로몬 : 도시에 남길 인간의 흔적들👯 (하)
- 홍콩 스타페리
- 서울 보문동
- 서울미래유산
- 벽화마을의 한계 |
|
|
다음 주 주간도시는 팀 일정 상 쉬어갑니다. 다음 호는 그 다음 주 1월 29일 목요일 정오에 발송될 예정입니다. |
|
|
아날로그 페로몬 : 도시에 남길 인간의 흔적들👯 (하)
지난 주까지 아날로그가 어떻게 우리 감성을 건드리는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의 힘이 무엇인지 알아봤는데요(링크). 오늘 마지막 하(下) 편에서는 이런 아이디어가 어디서 출발했고, 또 어떤 인사이트가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사실 이번 3주에 걸친 주제, '아날로그 페로몬'은 저희가 서울과 홍콩의 다양한 공간을 답사하면서 발견한 주제예요. 주간도시가 휴재 기간을 포함하여 만 1년을 넘게 이어지는 동안 저희 팀은 정말 여러 곳을 답사하고 또 가이드해 왔는데, 그동안 보고 또 모아온 많은 풍경들 중에서도 아래 사진들은 이번 주제와 꼭 부합하는 것 같아 소개해봐요😜
|
|
|
홍콩 스타페리의 데크 좌석 수 표시. 틀을 대고 락카를 뿌린 듯한 프린트가 인상적이다. ©WeeklyCity |
|
|
아날로그 페로몬을 느끼다 : 홍콩 스타페리 🇭🇰
먼저, 앞선 호의 생각거리를 정리하기까지 저희에게 가장 큰 재료가 되어 주었던 사진들이 있는데요. 바로 위의 두 사진이에요📸
사진은 홍콩의 스타페리 안에 쓰여 있는 안내 문구들을 찍은 건데요. 어떻게 보이시나요? 모두 글씨가 적힌 틀에 대고 직접 락카를 뿌려 문구를 새긴 듯 보이죠? 저희는 이 모습을 처음보고, 스타페리를 비롯한 홍콩의 여러 공간이 우리에게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를 고민했답니다. 똑같은 글씨, 색감, 소리가 아니라 사람 손을 타서 조금씩 달라보이는 모든 것들이 도시의 감성을 만드는 게 아닐까? 하구요😮
사진의 문구는 스타페리 내부 곳곳에, 또 여러 스타페리에 같이 새겨져 있는데요. 모두 번진 듯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답니다. 안내 문구의 이러한 모습에 더해, 여전히 오래도록 직접 손으로 배를 움직이는 노선원들👨🔧, 직접 승객의 손으로 등받이 방향을 옮길 수 있는 나무 의자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목·석·시멘트재 선착장🛳️, 쇳소리 소음 같지만 출항하면 배경음악이 되는 엔진 소리🔊 등은 홍콩 시민들의 삶의 방식과 역사를 찐하게 전달하고 있어요.
실제로, 아래 영상에서 이것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데요. 깨끗이 마감된 것도, 전기선처럼 조용한 것도 아니지만 스타페리는 아날로그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간직함으로써 세계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느낄 수 없는 홍콩만의 감성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저희는 이런 장면을 보면서 건축 요소도 잘 보존돼 있고 왠만한 물건은 고쳐서 오래도록 사용하는 유럽 고도시들에 왠지 모를 감성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에게 아날로그 페로몬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됐답니다🧬😋 |
|
|
우리 도시에서 생각을 넓히다 : 서울 보문동 🇰🇷
다음은 보문동 답사 때의 사진들인데요. 서울에서도 골목골목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었습니다. 앞서 스타페리에서 얻은 힌트를 서울을 걸어보니, '우리네 도시에서도 아날로그 페로몬이 확실히 있겠구나' 하고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아래 첫 사진은 '일번가 커피숍'이라는 가게의 간판이에요( 위치). 보문동에서는 이렇게 벽돌집들 사이사이 어딘가 조금씩 뜯어지고 구겨진 간판들을 볼 수가 있는데요. 어쩜 마냥 오래돼 스러진 가게의 그저그런 간판 같아 보이지만, 각기 다른 색과 모양, 연대의 간판들은 주변의 근대가옥, 한옥들과 어우러져 오랜 역사를 가진 보문동의 시간을 잘 간직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시내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고즈넉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일어나는데
또, 바로 건너편에는 카페들이 여럿 위치해 있었는데요. 아래 두 번째 사진은 앞선 일번가 커피숍 쪽에서 바라본 성북천변 어느 카페의 전경이랍니다( 위치). 카페는 연식이 있는 건물 아래에서 일부만 개조하여 주변 아날로그적인 무드를 깨지 않는 선에서 조화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보문동에는 이런 카페들이 중간중간 참 많았어요.
소위 감성 카페는 억지로 억지로 감성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이때까지 말씀드린 '자연스런' 아날로그함과 되레 멀어질 때가 있거든요? 많이들 느끼실 것도 같은데, 보문동의 여러 연대가 느껴지는 간판과 건물들, 그리고 그 일부가 된 소형 카페들의 모습은 사람들이 아날로그 페로몬을 느끼기 충분해 보였습니다. 이런 레이어 속에서, 오랜 요소와 새로운 요소 간 조화가 곧 어떠해야 할지 힌트가 되는 순간이었어요.
오랜만에 다시 사진을 보니 카페는 대학가에서 도보로 조금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감성을 충전하고 있었네요. 유동인구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답니다😮 |
|
|
일번가 커피숍 측에서 성북천 건너를 바라본 장면. 90~00년대 쯤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건물 아래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대학가나 번화가에서 도보로 좀 떨어진 곳임에도 빈 자리 없이 손님들이 채워진 모습이 인상적. ©WeeklyCity |
|
|
어떤 걸 남겨야 할까? 우리는 잘 하고 있을까?🧐
이렇게, 지난 2주 간 이어진 이야기의 배경을 사진과 함께 잠시 소개해드렸습니다. 마무리로는 나아가서 실제로 시대가 흐름에 따라 남게 되는 이런 공간들을 얼마나 또 어떻게 남겨야 할지 간단히 질문해보려고 해요.
이때까지 내용을 정리하자면, 아날로그적 공간은 우리가 자연스러운 삶을 느끼게 하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한다는 거예요. 그럼, 우리 도시는 앞으로 어떠해야 할까요? 마냥 모든 옛것을 다 살릴 수 있을까요? 무엇을 어떻게 살려야 할까요?🤨
아쉽게도 손때를 오래 탄 것들은 자연히 기능적으로 약화되기 마련입니다. 관리되지 못한 채 남은 건물과 물건들은 활용도 어려울 뿐더러 도시 미관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주죠. 해서, 오랜 공간을 남겨두기만 하는 건 당연히 도시의 새로운 산업과 활기에 부정적일 수 있어요. 그래서 결국 아날로그적 요소 중에서도 '가치 있는 것' 을 선정하고, 이를 일상적으로 '관리'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차원에서 서울시의 '서울미래유산' 같은 제도가 유효하다고 생각돼요. 지금 현재 서울미래유산은 홈페이지( 링크)에 나와있듯 유명 건축이나 기념물 위주로 보전에 주로 활용되고 있는데, 특히 아래 사진과 같이 선정기준에 '시민생활', '도시관리' 등 분과별로 선정이 가능하다는 특장점이 있어요. 이에, 일상의 아날로그를 보전하는 데도 이를 기초적인 제도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후에, 서울미래유산에 대해서는 따로 자세히 한 번 다뤄볼게요! |
|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선정 과정과 기준 中. ©서울미래유산 |
|
|
한편 아날로그를 계속 다루다보니 왠지 도시재생이 뇌리에 떠도는데요. 도시재생은 도시의 아날로그를 살리는 데 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합니다. 도시재생에는 지역 커뮤니티를 재건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등 다양한 목표가 많지만,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외관에서 보전하는 데도 주된 목표가 있어요. 해서, 실제 사업 내용 중에서 가장 우리 눈에 띄는 것도 바로 동네 외관을 가꾸는 일이랍니다.
창신동을 비롯해 서울의 여러 도시재생 사업지를 답사하다 보면, '재생'이라는 태생적 특성 상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의 오랜 공간이 다소 간에 보존되고 있는 걸 알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보전에 긍정적인 장치가 되는 거죠. 해서, 아래 첫 번째 사진처럼 창신동의 어느 골목에는 여전히 손때 묻은 간판과 대문, 벽들이 이곳저곳 원래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도시재생 앵커시설의 맥락 없는 신축과 탁상 행정으로서 무분별한 벽화 남발(...)로 동네 고유의 아날로그함이 무너지기도 해요. 아래 두 번째 사진은 전남 여수의 한 벽화마을 모습인데요. 동네 사람들, 그리고 동네만의 이야기들과는 다소 무관한 벽화가 마을을 뒤덮은 걸 볼 수 있어요. 기시감이 들지 않으신가요?😅
이렇게 기관 주도로 똑같은 컨셉, 실질적으로 동네와 연결되지 않는 벽화가 계속해서 그려지는 건, 이때까지 논한 그 아날로그함과는 외려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답니다. 해서, 도시의 아날로그함은 어느 한 기관, 어느 한 사람이 나서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보전의 틀 안에서 자연스러운 변화가 일어날 때 드러난다고 할 수 있어요. |
|
|
무분별한 벽화 사업 예시. 다른 사업지나 테마 마을에서 본듯한 기시감이 든다. ©이투데이 |
|
|
그렇다면, 너무 어려운 질문이지만.. 다시 한 번 여쭤봅니다. 앞으로 도시의 아날로그, 즉 인간적 흔적은 어떻게 남겨져야 할까요? 정부, 그리고 우리들 입장에서 어떻게 남길 만한 것을 남길 수 있을까요?
씨티즌 여러분께서 함께 고민해봐주시면 우리 도시가 더욱 인간적인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쪼록 여기까지 부족한 글과 자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주 간 흔들리는 아이디어를 두서 없이 보내드렸는데, 의견이 있으신 분은 꼭 아래 <메일(stadtupco@gmail.com)>로 전해주세요. 재미있는 이야기 함께 나눠요:) |
|
|
독자 여러분께 전하는 글
아이디어는 있지, 근데 파면 팔수록 정리는 안 되지.. 참 어려운 3주 간의 글이었네요 ㅎㅎ 오늘도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는 휴재, 다다음주에 중국 선전 답사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
|
<주간도시>는 도시 크리에이터 팀 StadtUP이
기획, 편집하는 도시공간 전문 뉴스레터입니다
StadtUP.co, Ltd.
서울특별시 중랑구 중화동 324-118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