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되고 있는 종묘 앞 고층 빌딩. 문화재 완충지대의 개념과 대안으로서 용적이양에 대해 소개합니다. 주간도시 | 週刊都市
서른 한 번째 이야기
종묘 앞에 142m짜리 빌딩을 짓는다고? : 보존과 개발의 완충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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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에 142m짜리 빌딩을 짓는다고?🤔
종묘 앞에 142m 높이의 빌딩이 들어선다는 뉴스를 보셨나요? 최근 서울시는 청계천 방면 고도제한을 종전 72m에서 142m로 두 배 가까이 상향하면서, 종묘 바로 앞 세운4구역에 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했어요. 이에 대해 문화재 경관 훼손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논란이 점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시는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녹지축 조성'과 도시 경쟁력 회복, 그리고 지지부진한 세운상가 일대 낙후 지역의 조속한 재개발이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이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이때까지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보존과 개발이라는 두 가치의 정면 대립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번 사안은 단순한 재개발 문제가 아닌데요. 종묘는 서울 도심의 역사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 그 가치가 높고, 반면 도로 건너 낙후 지역은 재정비를 무려 20년 가까이 기다려 왔다는 점에서 어느 하나 마냥 포기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완충지대 개념과 해외 사례, 나아가 이런 극한 대립 상황을 타개할 수 방법일지도 모를 용적이양이란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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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경관의 보존 가치 VS 지지부진한 개발과 보상 문제🥊
종묘는 1995년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죠. 조선 왕실의 신위를 모신 신성한 공간이자, 복잡한 도시 속에서 역사의 숨결을 무던히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랍니다. 그렇다면, 종묘의 가치는 신위를 모시는 정전(正殿) 건물 그 자체에만 있을까요, 아니면 그것을 둘러싼 주변 경관까지 포함하는 것일까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당시 권고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종묘 경계 100m 바깥에서도 시야를 가리지 않는 고층 건물이 지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에 더해, 정전으로부터 500m 떨어진 지점까지도 '조망권'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문화유산으로서의 종묘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느끼는 경험 자체로 해석할 수 있어요. 정전에서 보는 남산 쪽 풍경, 주변에서 바라보는 종묘의 실루엣 등이 종묘의 역사적 정체성을 구성한다는 뜻인 거죠. 결국 문화유산의 경관 보존은 그 유산이 갖는 역사적 정체성을 보존하는 일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와 세운4구역 주민들의 입장도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곳은 낙후된 건물과 산업 불황으로 지난 2004년부터 재개발이 논의되기 시작했는데, 일대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할렘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아있어요. 서울의 원도심이자 정체성, 그리고 경쟁력의 근원인 종로 일대를 이대로 두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또, 그 긴 기다림 동안 조합원들은 7,000억대의 채무를 안게 됐다고 해요. 122.3m 계획 → 반려 → 72m 계획 → 논쟁 → 145m 계획…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주민들의 신뢰도, 이곳의 활력도 바닥났습니다. 각급 행정기관의 심의 과정에서 번번이 좌절을 겪고, 이제는 갚아야 할 이자만도 연 170억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 이르렀어요.
그래서 "선정릉 주변에는 500m 거리에 초고층 빌딩이 있는데 왜 우리는 안 되냐"는 일대 주민들의 목소리는 그저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도시정책의 일관성과 지향성을 묻는 정당한 질문이기도 해요.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도심과, 왔다갔다 갈피를 못 잡는 정부 정책으로 피해를 입는 건 결국 우리 시민들이기 때문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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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계획에 대한 반발로 종묘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 뒤로는 서울시 계획을 받아들이라는 시민들의 피켓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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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보호를 위한 완충지대와 미세조정
한편 완충지대(Buffer Zone)는 세계유산 보호의 국제 표준 개념으로서 보존과 개발 사이의 이격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앞서 ICOMOS가 100m, 500m와 같은 고층 빌딩의 입지 제한을 권고했다고 했죠? 이때 적용되는 것이 바로 완충지대랍니다.
관련해서, 우리 법은 종묘는 문화재보호구역으로서 반경 100m 내 앙각규제(문화재 경계로부터 위로 27° 선을 그어 그 아래로 고도를 제한하는 것)와, 해당 범위 밖의 지역에서 문화재의 특성상 건축물이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한 경우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서울시 조례로 보호 받고 있었는데, 이번 사안에서는 후자의 조례가 폐지되면서 불이 붙은 거예요🔥 물론 이에 대해 대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조치 이전부터 우리 법은 완충지대에 대해 그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언급한 대로 앙각 규제가 있긴 하지만, 이는 단순히 고도제한일 뿐이지 문화유산이나 주변 지역 특성에 따른 어떠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이 이어져 온 겁니다. 대상 문화재가 어떤 맥락에서 경관 보존의 가치가 있는지, 일대 개발의 시의성은 전반적으로 어떠한지 등 다양한 부문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는데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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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논의는 세계 각지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중 모범 사례라고 할 만한 쾰른 대성당 앞 개발은 완충지대의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어요. 아래는 Ashrafi et al.의 연구(2021)* 등을 참고하여 서술한 내용입니다.
2002년, 독일 정부가 라인강 동쪽(도이츠 지구), 즉 쾰른 대성당 맞은 편에 5개의 100m가 넘는 타워를 건설하려고 했을 때, 그 즉시 ICOMOS로부터 경고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에 보존과 개발의 가치가 대립하면서 학계 등 각 부문은 새로 시각 영향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때 계획된 건물들이 높이, 디자인 등 다양한 차원에서 어떻게 대성당의 시각적인 무결성을 훼손할 수 있는지 검토됐고, 완충지대에 대한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어요.
완충지대 맥락이 반영된 새로운 설계안에서는 제한구역의 범위를 258ha(헥타르)로 확대하고, 제한구역 내 건축물의 고도와 규모를 쾰른 대성당의 전,후,좌,우 경관에 달리 미치는 영향에 따라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우리 앙각규제와 비슷해 보이지만, 사방 어디로든 27°로 제한하여 주변 스카이라인의 일률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사뭇 다른 조치라고 할 수 있어요. 또, 주민의 보상과 공간 효율을 위해 건폐-용적비를 재조정하여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냈답니다.
같은 맥락에서, 주변 건물의 디자인에 따른 경관 영향을 검토하도록 한 것은 우리가 아직 생각지 못한 영역인데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아니지만, 광화문의 경우 그 안팎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주변 아름다운 빌딩들과 조화를 이뤄 대단히 한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번과 같은 사안에서 고려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완충지대의 핵심은 완전한 금지나 규제 조치가 아니라, 어떻게 두 공간을 조화롭게 이을 것인가 하는 논의라고 할 수 있어요. 이는 특히 도심부에 역사유산이 많이 분포돼 있는 서울에 아주 중요한 인사이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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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종묘 사안에서 마주해야 할 또 다른 핵심 질문이 있죠. 보존과 개발을 동시에 달성하면서, 20년을 기다린 주민들의 손실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여러 곳에서 용적이양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어요. 해서, 간단히 용적이양제를 소개하며 오늘 이야기를 마치려고 해요.
용적이양제는 교과서에서 주로 개발권 양도제(Transferable Development Rights, TDR)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규제로 묶인 토지의 공중 용적을 자산으로 인정해서 개발 수요가 높은 인근 지역으로 옮긴다는 아이디어예요. 다시 말해, 규제로 건축 제한을 받는 주민들은 해당 용지를 고층으로 재개발하지 않더라도 용적 이전을 함으로써 규제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죠.
해외에서는 이런 방식이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의 보호와 보상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이에요. 대표적으로 뉴욕의 원 밴더빌트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도쿄의 신마루노우치 빌딩은 도쿄역의 용적을 이양 받아 지금처럼 더 높이, 더 크게 지을 수 있었답니다. 특히, 뉴욕 시는 이를 바탕으로 보존과 개발의 대립이 큰 곳에서도 주민들의 원성을 보다 덜 받으면서도 다양한 혁신적 공간 계획들을 수행, 전례 없는 최고의 도시로 점차 거듭나고 있어요.
서울도 지난 해부터 서울형 용적이양제 추진을 공식화하여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는데, 이양의 대상이 되는 개발권의 법적 성격에 대한 이견으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요. 그런 상황에서, 이번 사안은 무려 20년이라는 긴 기다림 속에 머물고 있다는 걸 고려할 때 하루 빨리 주민들의 보상과 지지부진한 개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아요.
서울형 용적이양제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서는 후에 TDR을 주제로 다시 한 번 자세히 소개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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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서울형 용적이양제 추진을 위해 개최된 서울시 도시공강정책 컨퍼런스. ©이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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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시의성 있는 따끈따끈한 주제를 가져와봤는데요! 정치적인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이번 사안이라 어떻게 쓸까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서울과 우리나라 여러 도시들이 보존과 개발의 대립이라는 큰 난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 완충지대를 어떻게 디테일하게 잘 설정하고, 그에 따른 주민들의 보상 문제도 어떻게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할지는 공통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 아닐 수 없겠네요.
앞으로 종묘를 둘러싼 갈등이 어떤 결말을 맺는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 같아요. 어떻게든 조화로운 방향이었으면 좋겠네요. 씨티즌 여러분께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eritage Impact Assessment, beyond an Assessment Tool: A comparative analysis of urban development impact on visual integrity in four UNESCO World Heritage Properties(B. Ashrafi, M. Kloos, C. Neugebaue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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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전하는 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는 목요일 정오 그대로 뵙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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