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도시>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에서는 서울 주택사의 보고, 성북구 장위동을 톺아봅니다. 주간도시 | 週刊都市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서울 주택사를 묻는다면 장위동으로 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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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사를 묻는다면 장위동으로 가세요🏡
해방 이후 한없이 빠르게 달려온 우리 서울. 서울의 집들은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요? 서울 주택 변천사를 알고 싶다면 '이곳'으로 함께 떠나봐요!
이곳은 지난 60여 년 간 이어진 서울의 택지개발사업과 당시의 주택 양식의 흔적을 잘 간직하고 있는 동네🏙️랍니다. 최근에는 아쉽게도 재개발로 많은 흔적을 잃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은 서울미래유산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을 필두로 서울 주택사의 보고로 기억되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 <주간도시>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에서는 한국 현대 주택 양식과 생활사까지 엿볼 수 있는 서울 주택사의 보고, 성북구 장위동을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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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장위동 국민주택이 처음 지어졌을 때 모습.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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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서울 택지개발 사업의 시작
성북구 장위동은 본래 주택이 즐비한 지역은 아니었습니다. 웃말, 아랫말을 포함하여 다섯 개 자연 촌락이 군집한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어요. 그러다 1949년, 정부 수립 직후 장위동은 서울로 공식 편입되었는데, 사실 그 전 1300년대 중반부터 이곳은 역참과 같은 역할을 하던 💒송계원(松溪院)이 있는 곳으로서 성저십리의 끝자락을 상징하는 송계교(松溪橋)와 함께 한양의 동쪽 경계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왔습니다.
이런 장위동이 서울시로 공식 편입된 이후, 서울 전역의 주거 문제에 대응하여 이곳 역시 본격적인 주택 개발이 추진되었는데요. 1958년, 🏢대한주택영단(현. 한국토지주택공사)이 일제의 문화주택 양식을 본뜬 부흥주택과 재건주택을 건설하게 되면서 장위동은 서울 주택 개발사에 족적을 남기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부흥주택이란, 한국전쟁 당시 1/4 가량의 시가지가 파괴된 서울의 전후 복구와 그에 딸린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산업부흥국채발행기금)가 조성한 공영주택단지를 가리키는 말로, 50년대 후반에 건설된 시영주택과 영단주택을 한데 부르는 표현입니다. 재건주택은 같은 목적으로 🌐유엔한국재건단(UNKRA)의 원조를 통해 지어진 주택을 말해요.
아래 사진들은 부흥주택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당시 부흥주택은 효율적인 공급을 위해 일자(격자) 골목을 내어 블록 쌓듯 지어졌는데, 대다수는 2층짜리(도합 10평 내외) 주택으로 쏟아지는 주거빈곤 인구를 수용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이후 한 층에 세입자를 들여 개조하는 등 다세대 주택의 원형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내부의 경우에는 부엌과 안방 등을 미닫이문으로 나눠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고 소위 다다미방과 같이 일제 문화주택과 유사한 형태를 취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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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주택 단지의 특징인 일자로 반듯한 골목길. 조현제. ©고대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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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의 건설과 장위동의 환골탈태
부흥주택의 건설이 있은 후, 장위동에는 1962년과 1964년 두 차례에 걸쳐 국민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됩니다. 국민주택은 부흥주택과 재건주택의 다음 세대 격으로 정부가 직접 공급한 공영주택단지인데요. 그런 만큼 기존보다 더 넓은 평형과 필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국민주택은 전과 달리 단독주택형🏠으로 지어졌는데, 주로 8·10·15·17평형으로 하여 2개 이상의 방🚪이 있고, 지금 우리네 양옥과 같이 화장실🚽이 실내 공간으로 들어왔다는 특징을 가졌답니다. 이전 부흥·재건주택 시기만해도 화장실은 위생 문제로 인해 실외 공간에 위치했었는데, 이때부터 정말 지금과 같은 주택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거예요.
아래 사진은 장위동 국민주택의 모습입니다. 정말 부흥주택보다 우리에게 보다 익숙한 형태를 가지고 있죠? 여러 개 방과 거실, 부엌이 들어간 국민주택은 이후 사진의 집과 같이 위에서 볼 때 알파벳 F자 형태를 띄는 성장기 우리나라 단독주택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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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동방주택의 건설과 장위동의 높아진 위상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는 장위동의 시그니처, 동방주택이 등장합니다. 동방주택은 장위1동의 가파른 언덕바지를 깎아 만든 필지에 들어선 주택단지인데요. 사실 크게는 동방생명(現 삼성생명)이 윤용구 가문의 토지 10만여 평을 사들여 지은 주택단지를 말한답니다. 그래서 정릉동에도 동방주택단지가 남아있지요. 그러나 장위동의 동방주택은 다른 어떤 곳보다도 그 규모 면에서 소위 '대장'의 면모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동방주택은 국민주택보다 훨씬 넓은 필지에 건설되었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당대의 주택 개발이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넓은 필지를 개발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요. 물론 정부가 아닌 기업에 의한 개발이긴 했지만, 전후 복구 및 도약기의 부흥·국민주택은 너무나도 좁았고, 급속 성장기에 접어든 우리 경제는 최소주거에 대한 국민적 기준을 자연스레 올려놓았기 때문이죠. 어쩜.. 시대 정신이라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동방주택은 크게 넓어진 주거 공간을 바탕으로 중상류층의 터전이었습니다. 신식의 넓은 2층 단독 주택은 당시 서울에서 부촌이 되기 충분했어요. 심지어 몇몇 집들은 아래 사진과 같이 수목을 기를 수 있는 앞마당과 연못⛲을 갖춘, 아주 좋은 주거 환경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이런 특징 덕에 동방주택은 80년대 강남 아파트가 성행하기 전까지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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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 김중업의 숨결과 역사의 보고로서 장위동의 가치
한편, 장위1동 한켠에 자리한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도 바로 이 동방주택 중 하나랍니다. 김중업 선생은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이자 일전에 소개드린 삼일빌딩, 그리고 올림픽 공원의 상징인 세계평화의 문의 건축가로 유명하죠? 김중업 건축가는 80년 대 중반 바로 이곳 장위동의 동방주택 하나를 리모델링하게 되는데, 이곳은 그의 손길에 따라 전통건축과 현대건축의 조화가 돋보이는 건축적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에 표현된 다양한 건축적 요소를 소개하는 영상입니다. 짧게 요약된 영상이지만, 동방주택의 넓직한 공간감과 김중업 선생의 건축적 특징이 잘 느껴지실 거예요.
한편 지금 이곳은 주민의 문화공간이자 주택사 전시관으로서 장위동의 대표적인 즐길거리가 되고 있는데요. 이달이 가기 전, 재미있는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성북구 장위로 21나길 11)과 우리 현대 주택사의 보고 장위동을 한 번 둘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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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동의 미래를 생각하며
이상 장위동은 정말 우리 현대 주택의 모든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2000년대부터 계속된 재개발 논의까지도 포함해서 말이에요😂 바로 위의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장위동은 지금까지 주택 개발사를 도열해놓은 박물관이면서도 서울의 어느 곳보다도 낙후돼가고 있는 동네입니다. 필연적이겠죠.
물론 주거 수준 향상과 활력 증진을 위해 재개발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요즘 들려오는 소식은 참 아쉬운 마음이 커요. 일전에 크리에이터들이 답사할 때만 해도, 다양한 시간의 집들은 다양한 계층과 배경의 사람들을 섞는 마중물과 같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흔적을 한 번에 다 지우고 완전히 다른 동네가 된다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씨티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장위동의 옛 주택을 얼마나 남겨야 할까요? 남길 수 있을까요?
그 모든 흔적이 사라질 때, 우리에게 그시절 장위동은 여전히 남아있을까요?
모든 집의 시간이 같다면, 우리는 서로 섞여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남기며 <주간도시>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마무리해봅니다. 다음 주에는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차원, 3D 지도와 볼류메트릭 어바니즘📐💡에 대한 소개로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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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전하는 글
씨티즌 여러분, 연휴 잘 보내셨나요? 길다고 잔뜩 기대했지만, 막상 지나고 보니 너무나도 짧은 연휴가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그래도, 모두 활기찬 하루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저희 주간도시는 현재 별도의 수익 창출 없이 도시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한데 모여 만들어 가고 있는 소식지인데요. 이를 포함하여 요 몇 달 공지드렸던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분과 많은 소통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오늘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와 함께, 여러분께서 의견 및 응원의 한마디를 보내실 수 있는 창구로, 저희 메일 stadtupco@gmail.com 을 새로 알려드립니다! 지금 보내드리는 도메인 역시 해당 메일로 발송이 되는데요. 위 메일로 의견을 보내주시면 십분 반영하여 더 재미있는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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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도시>는 도시 크리에이터 팀 StadtUP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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