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매순간 도시민과 함께 하는 도시의 소리 풍경과 그 의미를 소개해봅니다. 주간도시 | 週刊都市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도시의 소리 풍경, 여러분의 귀는 안녕하신가요🎵 |
|
|
도시의 소리 풍경, 여러분의 귀는 안녕하신가요🎵
매일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도시. 이 도시의 풍경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아시나요? 도시엔 구름에 닿을 듯 높게 뻗은 마천루🗼, 푸르른 녹음과 강물이 어우러진 공원🌳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시각적인 풍경 말고도 소리 풍경이라는 것이 있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주간도시>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매순간 도시민과 함께 하는 도시의 또다른 풍경, 소리 풍경🎵을 소개해봅니다.
|
|
|
소리 풍경을 주제로 만든 앨범. City Sounds, City Sounds for Sleeping, City Sounds Ambience. ©Spotify |
|
|
소리 풍경이란 무엇일까?
여러분은 학교, 직장, 출퇴근길, 산책로와 같은 도시공간에서 어떤 소리를 주로 들으시나요? 저는 요즘 동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지하철이 가고 서는 소리🚇, 술을 진탕 먹고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자주 듣곤 한답니다. 이렇게 24시간 매순간마다 우리는 도시의 다양한 소리에 둘러싸여 살고 있어요. 이때 도시공간을 채우는 소리를 바로 소리 풍경이라고 해요.
소리 풍경을 영어로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라고 하는데, 말그대로 소리(Sound)와 풍경(Scape)의 합성어로, 앞서 예시를 든 것처럼 도시에서 들리는 여러가지 소리를 모두 묶어 부르는 말이에요.
아래 그림을 한 번 보시죠. 도시의 소리 풍경을 나타내는 그림인데, 정말 다양한 소리가 도시를 채우고 있지 않나요? 버스킹 공연으로 들리는 음악🎵, 분수와 뛰노는 아이들 소리⛲, 그리고 제각기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와 발걸음 소리👣까지. 이 모든 게 우리 도시를 더욱 다채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있어요☺️ |
|
|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도시의 소리 풍경
이런 소리 풍경은 우리 삶의 질에도 대단히 많은 영향을 준답니다. 예컨대 요즘 저출산 시대 들어 특히 서울에서는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정겹게도 들리죠? 그럴 때면 내가 사는 동네가 괜히 활기차 보이기도 하고, 더 안전한 곳이구나 느끼기도 해요😆 또, 반대로 빵빵- 쉭쉭- 시끄러운 도로 소리는 우리에게 소음으로 다가와 도시의 복잡함을 경멸하게 만들기도 하죠🤬 이렇게, 도시의 소리 풍경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개념으로 최근 주목 받고 있어요.
아래 영상은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홍콩 침사추이(尖沙咀)의 비오는 날 소리풍경을 담고 있어요. 평소에도 물론 소리에 집중해서 도시를 만끽할 수 있지만, 이렇게 영상으로 따로 체험할 때 더욱 소리 풍경에 집중해서 도시를 관찰할 수 있는데요. 영상에서는 차가 지나는 소리, 보도블럭과 우산에 비가 부딪히는 소리, 건물 사이에서 증폭되는 사람들의 말소리 등이 거리의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을 잘 확인할 수 있어요. |
|
|
소리 풍경과 도시 특성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한편, 이렇게 도시의 색과 맛이 되는 소리 풍경은 도시의 다양한 특성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1️⃣ 먼저, 도시 공간 하나하나마다 다른 재질로부터 소리 풍경은 달라질 수 있어요. 예전에 학교에서 배웠던 '소리'는 매질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이잖아요? 이런 성질에 따라 자동차나 지하철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와 발소리, 음악 소리, 공사장 기계 소리, 심지어는 바람 소리까지 소리 풍경은 그 공간의 재질, 즉 매질에 영향을 받아요.
만약 도시가 모두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같은 단단한 물질로만 되어 있다면, 더 크고 날카로운 소리 풍경을 가지게 될 거예요. 그래서 정말 마천루가 가득한 시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된 도로🛣️ 옆을 지날 때 그렇게 날카롭고 큰 소리에 우리는 둘러싸이게 되는 거죠.
반면, 녹음이 우거진 공원이나 말랑한 안전 보드가 설치된 놀이터 주변과 같은 곳에서는 보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 풍경을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요즘 도시계획에서는 빌딩 사이 공지 따위를 활용해서 시내의 복잡함으로부터 일어나는 도시의 창의성을 지키면서도 수려한 소리 풍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녹지를 더하고, 흡음재들을 차용하고 있어요!
2️⃣ 그리고 소리 풍경은 도시 공간의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거예요. 아이들이 많은 동네와 노인이 많은 동네, 음악가들의 버스킹이 잦은 동네들이 각기 다름은 물론이고, 도시민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서도 소리 풍경은 크게 변화할 수 있답니다.
서울에서도 같은 번화가지만 한국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의도, 영등포, 용산 등과 달리 외국인 비율이 높은 명동, 이태원 거리는 시각적인 차이말고도 사뭇 다른 느낌을 주죠. 특히 명동 거리를 걷다 보면, 서울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보다는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들이 한데 섞여 같은 한국어 간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네와는 또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
|
|
학계에서도 주목 받는 소리 풍경 : 거주민과 관광객의 소리 풍경 인식 차이
앞서 살펴본 대로, 도시에서 소리 풍경은 참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요즘 학계에서도 소리 풍경은 새로운 연구 주제로서 각광 받고 있어요.
재미있는 연구 하나를 소개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유명 도시학 저널 Computers, Environment and Urban Systems에 지난 9월 새로 게재된 논문(Wang, H. et al., 2025)*에서는 홍콩 빅토리아 하버 해안가의 거주민👪과 관광객🧳의 소리 풍경 경험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탐구했습니다. 위 사진은 연구 대상지였던 빅토리아 하버의 모습이에요.
해당 논문에서는 거주민과 관광객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소리 풍경이 각기 다른 지역에서 나타났는데, 논문에 따르면, 거주민들은 아래 지도에서 북쪽에 위치한 구룡반도(九龍半島, Kowloon Peninsula)의 동쪽 방면에서 더 나은 소리 풍경을 경험했고, 반대로 관광객들은 대체로 홍콩섬 해안가 일부에서 더 나은 소리 풍경을 경험했다고 해요.
여기 더해서 논문은 두 그룹의 긍부정적 경험에 영향을 주는 도시 특성 역시 서로 다르다(❗)고 분석했습니다. 거주민들의 긍정적 평가는 사회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는 인구 밀도에 영향을 받았고, 고밀 건축 환경에 위치할수록 부정적이었어요. 관광객의 경우에는 반대로, 홍콩의 도회적 풍광을 담은 건물 밀도가 높은 곳일수록 긍정적인 평가를 했고, 홍콩의 다인종 다문화에 따른 혼란스런 언어 사용에 부정적인 반응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이런 차이가 확인된다는 게 정말 신기하죠?🤗 |
|
|
이상 소개드린 것처럼, 소리 풍경은 이제 도시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될 필수적인 개념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말인 즉슨 시각적인 경험, 파사드, 그나마 소음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이 도시에서 소리 풍경이 얼마나 다양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고, 또 연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죠. 정말로 기대가 되는 요즘입니다🪇
그런 참에, 여러분의 소리 풍경은 안녕하신지 여쭤봅니다🤗 아침 햇살 가득한 곳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듣을 수 있는 공원과, 아이들이 뛰놀고 웃음 가득히 등교하는 사이에서 힘차게 출근할 수 있는 골목길, 바쁘고 어지럽지만 서로 만나 떠들며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오가는 멋드러진 도심을 상상하며 오늘 주간도시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
*Wang, H., Yu, Z., & Liu, X. (2025). Deciphering Urban Soundscapes: A study of sensory experiences at Hong Kong Victoria harbour waterfronts using social media. Computers, Environment and Urban Systems, 120, 102307. |
|
|
독자 여러분께 전하는 글
안녕하세요, 씨티즌 여러분! 새로운 주제로 오래간만에 다시 인사드렸습니다!
주간도시란 제목에도 불구하고 자주 인사를 못 드렸는데요. 지난 공지처럼 앞으로는 비정기적으로라도 재미있는 주제를 갖고 여러분들께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꼭 메일이 아니더라도 인스타그램 피드 등을 통해서 그렇게 할 예정입니다.
덧붙여, 이메일 발송과 관련하여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늦어졌는데요. 해서, 다시 공지드리겠지만, 저희 메인 주소 <stadtup.kr> 외 <stadtupco-gmail.com@send.stibee.com>로 재발송된 메일, 그리고 인스타그램 피드(@weekly.city)로 저희 주간도시의 지난, 그리고 앞으로의 콘텐츠를 계속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모쪼록 구독취소 없이 응원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씨티즌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PS. 다음 호에서는 서울 주택 변천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성북구 장위동 택지개발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 |
|
|
<주간도시>는 도시 혁신 스타트업 StadtUP이
기획, 편집하는 도시공간 전문 뉴스레터입니다
StadtUP.co, Ltd.
서울특별시 중랑구 중화동 324-118 weeklycity@stadtup.kr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