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물결이 만든 변화: 중남미 이민자와 북부의 은퇴자들

플로리다의 인구 구성은 크게 두 갈래의 이주 물결로 형성되어왔습니다. 첫째는 중남미에서의 이주입니다. 플로리다, 특히 마이애미는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중남미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의 관문이었습니다. 그래서 1959년 쿠바가 공산화된 이후 많은 쿠바인들이 플로리다로 이주해 오게 됐죠. 그들은 공산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온 만큼,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인 공화당을 많이 지지해왔습니다.

둘째로, '눈벨트(Snowbelt)'에서 '선벨트(Sunbelt)'로의 대이동입니다. 20세기 후반 뉴욕, 뉴저지, 일리노이 등 미국 북부의 화이트 칼라 출신 은퇴자들은 플로리다의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해변을 찾아 대거 이주했습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 출신이라는 점과 다수가 높은 학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주 이후에도 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이처럼 성향이 다른 두 집단이 공존하던 과거의 플로리다는 언제나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경합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 년 간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 등 사회주의 정권의 폭정을 피해 많은 이민자들이 유입되었고, 이들 역시 좌파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주로 공화당을 지지하며 플로리다에서 공화당 세가 보다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보수화된 정치 환경이 만든 '남부의 월 스트리트'

이렇게 플로리다가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기울게 되자, 주 정부의 친기업 정책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1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주 소득세 면제는 이러한 친기업 행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되었죠. 특히 2019년 론 드샌티스 주지사 취임 이후, 플로리다는 규제 완화와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스스로를 '자유 시장의 모델 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뚜렷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높은 세율과 엄격한 규제를 피해 대형 기업들이 잇따라 플로리다, 그 중에서도 마이애미로 왔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시카고의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Citadel)이 마이애미로 본사 이전을 결정했고, 블랙스톤(Blackstone)과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등 월 스트리트의 대형 금융사들도 플로리다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이렇게 마이애미는 남부의 월스트리트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특히 마이애미의 브리켈(Brickell) 지구는 이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한때 평범한 업무 지구였던 이곳은 이제 초고층 오피스 빌딩들이 즐비한 금융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금융업이나 각종 고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하는 고소득층이 대거 유입된 것은 말할 것도 없죠.

다만, 이러한 변화가 모두에게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빛나는 성장의 그늘

부유층의 유입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플로리다 주의 평균 주택 가격은 최근 들어 매년 10~30% 가량 상승하고 있고, 이는 저소득층이 도시 외곽으로 계속 밀려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마이애미 시의 리틀 아이티(Little Haiti)는 이러한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URBANISM에서도 중요하게 다룬 공간 중 하나입니다(링크).

한편, 도시의 빛나는 성장에도 불구하고 마이애미의 공공 서비스와 인프라 확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플로리다의 낮은 세율은 성장의 동력이 되었지만, 동시에 도로 등 도시 기반 시설의 개선에 쓸 세수가 부족한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마이애미를 미국에서 가장 교통 체증이 심각한 도시로 만들었어요. 실제로, 2021년 텍사스 A&M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마이애미 사람들은 1년 중 81시간을 교통 체증 속에서 보내고 있고, 이는 미국 전체 평균인 54시간을 크게 웃도는 수치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중교통의 부족은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마이애미의 대중교통은 노선이 제한적이고 운행 간격도 길어 실제 시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마이애미 주민 중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비율은 고작 5%에 불과하죠. 대부분의 시민들이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다시 교통 체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도시가 외곽으로 무질서하게 확장되는 도시 스프롤 현상도 문제를 키우고 있습니다. 주거지역이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대중교통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자동차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플로리다, 특히 마이애미의 변화는 양날의 검이 되었습니다. 친기업 정책과 낮은 세금은 새로운 일자리와 투자를 끌어들였지만, 동시에 도시 문제를 해결할 재원도 줄어들었죠. 화려해진 도시 이면에는 높은 집값에 쫓겨나는 원주민들과, 열악한 대중교통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급격한 성장 속에서 불평등이 깊어지는 마이애미의 모습은 오늘날 많은 도시들이 겪고 있는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남부의 월스트리트'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은 마이애미가 앞으로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많은 도시들이 마이애미의 다음 발걸음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 대선 개표가 한창인 지금, 미국 정치의 중심 워싱턴 D.C를 이 주의 도시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워싱턴 D.C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이 있는 미국의 수도로만 알고 계시진 않나요? 오늘은 워싱턴 D.C에 관한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워싱턴"은 미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지만, 지역으로서 워싱턴을 꼽으라면 우리는 D.C와 워싱턴 주를 헷갈리곤 하죠. 두 곳 모두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기리기 위해 명명된 지역이지만, 수도 워싱턴에는 꼭 D.C라는 이름이 붙어요. D.C는 District of Columbia의 약자로, 컬럼비아 특구를 의미합니다. 이는 이곳의 원래 이름이기도 해요. 독립 직후 미국은 연방 국가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곳은 연방 정부가 위치한 도시로서 그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1790년 조지 워싱턴이 직접 정치 특구로 지정하면서 D.C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어요.

이처럼 워싱턴 D.C(이하 D.C)는 미국의 다른 어떤 도시와는 다르게 정치적인 기능에 집중된 특별한 도시로 기능해왔어요. 그래서 선거에서도 D.C는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죠. 미국의 의회는 연방 국가로 성장한 역사에 따라 각 주를 대표하는 상원과 주민 인구에 비례해서 대표하는 하원으로 구분되는데요. D.C는 의회 자치 특구로서 두 의회에서 50개 주와는 다른 지위를 가진답니다. 주가 아니라는 점에서 상원 의원은 따로 없고, 하원에서는 100만 인구의 대표자로 1명의 대표의원을 두고 있어요.

여기서 D.C의 하원 대표에게는 표결권이 없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만이 가득하다고 해요. 이는 D.C 내 높은 연방세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한때 미국 독립 슬로건을 반대로 비꼰 ‘대표 없는 과세(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라는 글귀의 번호판이 유행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주 승격 운동이 크게 일어나고 있고, 지난 2020년에는 주 승격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기도 했어요.

한편, 대통령 선거에서는 3명의 선거인단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어요. D.C의 인구는 약 70만 명인데, 다른 주의 선거인단은 약 75만 명 당 1명으로 배분된다는 점에서 나름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죠. 다만 흑인과 고학력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 3명의 선거인단은 매번 민주당에게 몰표를 던지게 된다는 문제도 있어요. 실제로, 지난 2020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바이든 당시 후보가 무려 92.15%를 득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향은 D.C가 미국 정치의 중심이긴 하지만, 실제 정치에서는 발언권 없는 변방으로 밀려나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기도 해요.

이 주의 도시에서 소개해드린 워싱턴 D.C.의 모습이 다른 미국 도시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채셨나요? 워싱턴 D.C.는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 아래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그 설계는 피에르 랑팡이라는 도시계획가의 작품이죠. 미국 독립전쟁에 참전했던 그는 새로운 국가의 수도를 단순한 행정도시가 아닌, 미국의 정체성과 이상을 담은 상징적 도시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파리와 베르사유의 영향을 받은 그의 설계는 국회의사당과 백악관을 잇는 대칭적 축선, 원형 광장과 대로의 네트워크, 그리고 포토맥 강변을 따라 조성된 공원들이 특징입니다.

비록 처음에는 정치적 갈등과 자금 부족으로 중단되었지만, 랑팡의 설계는 후대에 재조명되어 오늘날 워싱턴 D.C.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그가 설계한 도시 구조는 단순한 공간 구획을 넘어 민주주의 가치를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고, 시위나 행진 같은 정치·사회적 활동의 무대로 활용되며 전 세계 도시계획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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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토) / 장위동 : 한 동네에서 살펴보는 서울의 주거 변천사

11월 10일 (일) / 성북 02번 : 성북동, 고급 주택가와 역사의 골목길을 만나다

11월 16일 (토) / 서대문 11번 : 홍제동에서 독립문까지, 서울의 주거와 문화 역사 산책

11월 17일 (일) / 대림동 : 서울 속 작은 중국, 도시공간과 이민자 문화

11월 24일 (일) / 망원동 : 서울 집값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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