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음료, 도시를 만들다

튀르키예 남동부의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는 기원전 약 10,000년 전에 만들어진 거대한 석조 유적입니다. 이 유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 유적인 전곡리보다도 수천 년이나 더 오래되었답니다. 거대한 돌기둥들과 정교한 조각들로 가득한 이곳은 당시 수렵채집민들의 성스러운 공간이었죠. 그런데 고고학자들은 이 유적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바로 일종의 원시 맥주, 발효된 야생 보리의 흔적을 찾은 것이죠. 당시 사람들은 함께 모여 이 특별한 음료를 마시며 신들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해요. 더 흥미로운 건, 이 원시 맥주가 도시의 탄생과도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며 의식을 치르기 위해 자주 모였고, 더 많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직접 보리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시작된 농사가 시작됐고, 사람들은 한 곳에 정착한 생활을 하게 된거죠. 어쩌면 인류는, 맥주를 마시고 싶어서 도시를 만든 것일지도 몰라요!

중세 도시의 심장, 수도원 맥주

시간이 흘러 중세에도 맥주는 여전히 도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도원은 맥주 문화의 중심지였어요. 당시 유럽에선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그래서 수도사들은 안전한 음료로 맥주를 양조했습니다. 수도사들은 맥주를 마시며 영양을 보충했고, 금식 기간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맥주는 지역 사회에 나누어주었죠. 그렇게 수도원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고, 여행자와 상인들도 맥주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면서 시장과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맥주는 도시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마중물이 되기도 했어요. 수도원을 넘어, 당시 사람들의 맥주 사랑은 상인조합인 길드(guild)를 탄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그렇게 탄생한 길드는 산업혁명 전까지 중세 경제의 핵심으로 기능했습니다. 한편 독일에서는 1516년 맥주 순수령이 제정되어 맥주에 물, 보리, 홉, 효모만을 사용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맥주 순수령은 도시마다 품질 높은 맥주 생산을 촉진하여 각 지역 고유의 맥주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맥주가 도시의 경제, 나아가 문화와 산업의 형성에도 영향을 준 것이죠.

현대 도시와 크래프트 맥주 문화

오늘날에도 맥주는 여전히 도시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기업의 대량 생산 맥주 대신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드는 크래프트 맥주(Craft Beer)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런 브루어리(Brewery, 맥주 양조장)들은 도시 곳곳에 자리 잡으며, 그 지역만의 독특한 맛과 문화를 담은 맥주를 선보이고 있죠. 또, 낡은 공장이나 창고가 멋진 브루어리와 펍으로 탈바꿈하며 도시에 새로운 매력을 더하는 문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도시재생의 한 방법으로 브루어리가 주목받고 있기도 하죠.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미국 포틀랜드 시가 좋은 예인데요. 미시시피 애비뉴(Mississippi Avenue)와 윌리엄스 애비뉴(Williams Avenue) 같은 지역에서는 크래프트 맥주의 성장과 함께 카페, 레스토랑, 예술 공간 등이 늘어나며 부동산 개발이 활발해졌습니다. 이에 기존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점점 커져갔고 결국 그들은 그레셤(Gresham), 비버턴(Beaverton) 등 외곽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링크(창간호, 241024)를 클릭하세요!

맥주가 들려주는 도시 이야기

맥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도시가 탄생한 또 하나의 이유이자 도시의 발전 과정을 함께해 온 동반자입니다. 괴베클리 테페에서 시작된 맥주와 도시의 인연은 중세 도시의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고, 현대에는 도시재생과 지역성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동네 술집에서, 혹은 퇴근하고 뒤 집에서 한 잔의 맥주를 마실 때, 그것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문화라는 것을 기억해보면 어떨까요? 그 한 잔 속에는 수천 년을 이어온 도시와 맥주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요.

내일 11월 1일은 1755년 리스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269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대지진은 유럽 역사상 가장 큰 재난 중 하나로 기록되었고, 당시 유럽의 번영을 누리던 무역 도시 리스본은 하루아침에 폐허가 되었죠. 강진으로 도시의 85%가 파괴되고, 약 6만 명 이상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으니 그 참혹함이 상상이 되시나요? 하지만 리스본의 이야기는 단순히 파괴에서 끝나지 않았답니다.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아침에 많은 시민들이 성당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을 때, 강력한 지진이 도시를 덮쳤습니다. 건물들이 무너지고, 곧이어 대서양에서 해일이 밀려와 항구를 삼켰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화재까지 발생해 대재앙이 이어졌지요. 이 엄청난 비극은 유럽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리스본은 이 재난을 새로운 시작으로 삼았습니다.

당시 총리였던 세바스티앙 지 폼발은 도시 재건을 위해 1666년 런던 대화재에서 얻은 교훈을 참고했어요. 그는 재난 대응에 약점이 있는 중세 도시의 좁은 골목길 대신 넓은 격자형 도로를 도입했고, 지진에 강한 폼발린 케이지 공법을 건물 설계에 적용하게 했습니다. 목재 구조로 건물의 뼈대를 잡아 지진의 충격을 분산시키는 이 혁신적인 설계는 세계 최초의 내진 설계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리스본 중심가에는 정방형의 도로와 균일한 모양의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이는 모두 대지진 이후 재건의 결과죠. 그리고 도시의 중심에 우뚝 선 아우구스타 개선문(아래 사진)은 이 기적 같은 부활의 상징입니다. 개선문에는 '영광', '용기', '천재성'을 표현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재난을 이겨낸 리스본의 자부심이 담겨있답니다.

리스본은 폐허에서 다시 일어섰습니다. 오늘날 리스본의 거리 곳곳에는 그날의 이야기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지요. 재난을 이겨내고 다시 세워진 건물들은 승리의 증거로 우뚝 서 있습니다. 이처럼 리스본은 재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태어난 도시의 저력을 보여줍니다.

삶의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도 많아지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도 증가했으며, 여전히 삼대가 한 집에 모여 사는 가구가 있기도 하죠. 우리의 삶이 이렇게 다양해진다면, 우리가 사는 집도 맞춰서 다양한 삶을 품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전시는 단순히 살기 위한 기계로의 집을 넘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담을 수 있는 주거 형태를 탐구합니다. 이 전시는 30명의 건축가가 설계한 58채의 집을 통해 변화하는 현대인의 삶과, 이에 맞는 집을 조명합니다. <연결하는 집>은 단독 주택과 아파트를 넘어선 다양한 주거 형태를 제안하며, 주거 공간이 삶의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지 탐색합니다.

이 전시는 여섯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각기 다른 주거의 개념을 선보입니다.

• '선언하는 집'은 건축가의 철학이 깃든 선언적 공간을 구현합니다.
•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은 전통적 가족 개념을 넘어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수용합니다.
• '관계 맺는 집'은 사적 공간과 공적 영역이 조화롭게 만나 사회적 소통을 창출하는 모델을 제시합니다.
• '펼쳐진 집'은 자연과 도시 경관을 끌어안는 열린 공간을 구현합니다.
• '작은 집과 고친 집'은 환경 문제와 효율성에 주목하여 작은 공간에서의 창의적 삶을 탐구합니다.
• '잠시 머무는 집'은 증가하는 이동성에 부응하는 임시 거주 공간의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이상 여섯 가지 주제의 전시 공간은 집이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어떻게 우리의 삶과 사회를 연결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다양한 가족 구성, 공동체의 재발견, 환경과의 조화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건축을 통해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살펴보며, 우리 삶에 맞는 집의 모습을 함께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11월 도심 산책 <🔍골목길로> 소셜링 안내

11월 2일 (토) / (번개⚡️) 클럽장과 함께 하는 어반트립 도시 잡담🤗

11월 3일 (일) / 선유도공원 : 메모리얼 시티 서울

11월 9일 (토) / 성북 02번 : 성북동, 고급 주택가와 역사의 골목길을 만나다

11월 10일 (일) / 장위동 : 한 동네에서 살펴보는 서울의 주거 변천사

11월 16일 (토) / 서대문 11번 : 홍제동에서 독립문까지, 서울의 주거와 문화 역사 산책

11월 17일 (일) / 대림동 : 서울 속 작은 중국, 도시공간과 이민자 문화

11월 24일 (일) / 망원동 : 서울 집값 아이러니

*소셜링은 문토 MUNTO 앱에서 신청 가능합니다. 정원 마감 여부는 앱 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문의사항이 있다면, 아래 크리에이터 리옹 편으로 부탁드립니다 :)

DM : @anatomy_of_city

E-Mail : leon@stadtup.kr